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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9 [Free!] 모모소스 조각글(?)

* Free! (프리) [모모타로 X 소스케]

 

* 학생 x 과외 선생님 AU

 

*모맘님 리퀘스트~~~

 

*W.망(@10mang04)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름 햇살이 책상 위에 엎드린 주황 머리 남학생의 얼굴을 비춘다. 아 괜히 창가에 앉았다. 수업시간이어서 말을 밖으로 뱉을 수도 없고 속으로 덥다 더워하며 교복 단추를 조금 풀러 펄럭인다. 이놈의 학교는 에어컨을 트는 걸까. 도무지 시원해지지 않는 교실의 텁텁하고 느슨한 공기에 셔츠를 펄럭거리며 고개를 들곤 친구들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돌아오는 건 담당 선생님의 잔소리뿐이었다. 미코시바 군, 수업에 집중 좀 하죠? 지금 몇 번째인 줄 알고 있는 겁니까? 아, 망했다. 이 선생 깐깐하기로 소문났는데. 대충 웃어넘기며 앞으론 집중할게요- 아양떨어본다. 흠흠 헛기침하며 수업을 계속 이어가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다보는 나무에 붙은 매미는 유독 더 세차게 울음소리를 낸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감사합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에 울러 퍼짐과 동시에 우르르 반을 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평소 같았다면 그 아이들 틈에 섞여 야 피씨방 갈래? 콜! 을 외치고 있었을 모모였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저가 더웠던 탓일까. 추욱 처진 몸을 이끌고 뒷문으로 유령처럼 스르륵 나가자 모모의 일행들이 야 너 왜 그러냐 어디 아파? 소리친다. 오늘은 몸 상태가 별로네, 나 먼저 간다. 오늘은 너네들끼리 놀아. 하곤 일행들을 등지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쟤 오늘 좀 이상하네, 왜 저러지. 집에 여자친구라도 숨겨놨나. 킬킬대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환영으로 변할 때 휴대폰 화면이 파란색으로 빛났다.

 

 

누구지. 웅얼거리며 잠금을 풀자 나오는 엄마의 메시지.

엄마

아들, 오늘 과외 선생님 처음 오시는 날이니까 집 잘 정리하고~ 저녁에 보자, 사랑해~

 

아 맙소사. 짧은 탄식을 입 밖으로 내놓는 저이다. 어쩐지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라니. 이러려고 별로였냐고. 죄 없는 땅을 발로 쾅쾅 차내며 심술궂게 집으로 향한다. 아 오늘은 진짜 공부하기 싫은데. 시계를 보니 엄마가 선생님이 오신다고 한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잠깐 슈퍼 가서 가리가리군 사야겠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모모타로는 아까보단 가벼워진 발걸음을 슈퍼 쪽으로 돌린다.

 

 

으아아아 시원해. 저절로 나오는 탄성과 입안에 차갑게 밀려 들어오는 딱딱하고 시원한 것을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맨날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다-. 두 세입쯤 남아 가니 정겨운 대문이 저를 반긴다.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열쇠로 집 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밖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뜨끈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밖은 바람이라도 불어서 그나마 나은데 집은 꽉 막혀있는 공간이므로 더운 공기가 가득 차서 그럴 것이라고 합리화를 한 후 어느새 다 먹어버린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 대신 느껴지는 나무 맛에 입에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바로 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선풍기를 찾으려고 집 안을 휘적거릴 때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올 사람 없는데. 현관으로 토도도 달려 나가서 문을 열려고 할 때 생각난 그 이름. '과외 선생님' 짧은 순간에 휴대폰을 확인하며 시간을 봤지만 선생님이 오기 30분 전이었다. 그래도 우선 더운 날씨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중요했기에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빼꼼 연 문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두 눈동자가 문 앞에 선 남자를 반겼다. 혹시 네가 미코시바 군이니? 듣기 좋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네 맞는데요 누구시냐니까요.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오늘부터 미코시바 모모타로 군을 담당한 과외 교사 소스케라고 하는데?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더니. 막 집으로 돌아오고 청소도 하나도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손님을 맞이해버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더운 날씨에 상대방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격.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들어오시라고 말한 후 잠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청소가 하고 싶더니. 이 일을 대비해서 그런 건가 보다.

 

 

 

서둘러 거실을 정리하고 방에 있는 소스케라는 사람을 불렀다. 저기 정리 다 됐어요. 이제 나오셔도 돼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는 남자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이 쾅 하고 저 끝으로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뭐야 왜 이러지? 독백으로 당황할 시간도 없이 저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거실로 달려갔다.

 

 

"정식으로 인사도 못 했네. 만나서 반가워. 오늘부터 너랑 같이 수업할 야마자키 소스케라고 해. 그냥 편한 대로 야마자키 선생님이라고 불러줘."

 

뭐 해, 나만 소개하는 거야? 그의 좋은 미성에 정신이 반쯤 빨려 나갔다가 눈 앞에서 손을 휘휘 젓는 행동 때문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했다. 뭐지 오늘 진짜. 더위라도 먹었나.

 

 

"안녕하세요 야마자키 선생님, 어.. 음 제가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속을 많이 썩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오냐, 잘 부탁한다. 애교를 부리며 말을 마치는 내 머리를 투박한 손으로 헝클어뜨리며 말한다. 와 씨 또 심장이 가라앉았다가 붕 떴어. 사실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 중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에게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그 아이가 짧은 단발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 내 심장은 방망이로 때리듯이 쿵쾅거렸고 체리빛이 도는 입술로 나에게 말을 걸어줄 때면 숨이 멎을 거 같았고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다. 물론 지금 그 아이의 행방을 지금은 모르지만 아마 내 첫사랑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짧은 시간에 시끄럽게 머릿속에서 혼자 떠들었을까. 첫날이니까 가볍게 인사만 하고 간다는 저 앞에 서있는 잘생긴 남자의 옷깃을 주욱 잡아당기며 번, 번호 좀 주세요. 했다.

***

 

지금 시간은 오후 11시 34분. 평소라면 꿈나라에 가서 정신을 못 차릴 시간이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낮에 봤던 소스케라는 남자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숨겨진 성 정체성을 찾은 기분이다. 살다 살다 남자에게 가슴이 떨리다니.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매일 안고 자는 키티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결심했어. 꼭 고백할 거다!

 

 

***

 

여느 때와 같이 하교를 알리는 종 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고 아이들의 인사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한 여름보다는 많이 선선해진 9월 중순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흐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좋아한다의 '좋'자도 꺼내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하면 어쩌지, 거절하고 나서는 어쩌지. 나를 불편해하면? 난 아직 마음도 못 접었을 텐데? 안 좋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내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바로 그때, 휴대폰 화면에 전화가 오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잠금 해제를 하고 발신자를 확인했더니 이런, 저가 짝사랑하던 그 선생님이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전화를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두근거리고 설렐 줄이야 알았을까. 목을 흠흠 거리며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모모 맞지? 오늘 수업은 카페에서 하자. 어머니께도 말씀드려 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 1시간 후에 A 카페 앞으로 나와. 기다릴게."

 

저기,라고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다. 칫 너무해 사람 말을 어떻게 하나도 안 듣냐? 전화해준 건 기쁘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두 볼이 뾰루퉁해졌다. 그래도 마지막 말 좋았으니까 용서.. 해줄까?

 

 

"소스케 쌤-."

 

저 멀리서 보이는 소스케의 실루엣에 모모는 주저 없이 다다다 달려가 소스케의 몸에 아기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모모 뭐 하는 거야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하지만 저의 안중에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고백을 한다면 다시는 이렇게 달달한 스킨십 같은 거 못하겠지.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괜히 복잡해진 마음을 선생님의 옷자락에 얼굴을 비비적 거리는 걸로 잠재운 채 일부러 해맑게 웃어보았다. 우리 오늘 뭐 먹어요, 쌤?

 

 

****

에?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너 좋아한다고, 내가 너를.

우와 이게 뭐람. 하느님 제가 그동안 착하게 살았던 걸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 말도 없는 제 반응이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줄 알았는지 아니 싫으면 내 마음 안 받아줘도 돼. 난 괜찮으니까, 부담 가지지 마. 그냥 내 혼잣말이니까.. 하면서 허둥댄다. 뭐야 난 지금 너무 행복한데. 슬쩍 귀를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불에 덴 것처럼 발개져있었다. 오늘은 불이 목 언저리까지 번졌나 보다. 그런 선생님을 보고 푸흐-. 웃으며 얼굴을 제 손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지금 이게 뭐하는..!"

 

"선생님. 전 아직 선생님 마음 안 받아 준다고 말 한 적 없거든요? 김칫국 마시지 말아주실래요? 저도 선생님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다고요! 아 이건 말할 필요 없나. 어쨌든 나도 선생님 좋으니까, 울 것 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곤 입술에 뽀뽀를 했다. 사람이 없는 카페여서 다행이었다. 사람이 많았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음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건가요-?? 이야 학생과 선생의 사랑이라니. 저희 사이에는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도 없나 봐요? 깝죽거리는 모모의 등을 한 대 퍽 때리는 소스케. 부끄러우니까 그만 하랬지! 그런 소스케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일지 자꾸 딴소리만 짓거리는 저이다.

 

 

그럼 앞으로도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 생 님.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을 마주치며 웃자 ..나도 하며 자신보다 더 밝게 웃어주는 선생님의 빛나는 외모에 새삼스레 감탄을 하며 팔짱을 꼈다. 자 그럼 이제 저희 집에 가볼까요?  에? 너희 집은 왜. 하늘 어두워지려고 하잖아요- 데려다주세요, 네? 네?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만 더 떨어져서 걸어.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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