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큐 다테공 전력 60분 주제 '흉터 / 상처 "
* W. 망(@10mang04)
*후타카마후타
그러니까 아마 작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중학교에서 올라와 아기 티를 벗어내지 못한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키가 훌쩍 자란 소년에게. 그렇지만 아직 마음은 여물지 않은 소년에게 상처를 준 것이 말이다.
"후타쿠치 나 너한테 이제 관심 없다."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입에서 뱉어내는 문장 하나가 제 가슴을 도려내고 더 괴롭게 쑤셔댔다. 원래 넌 안될 거였어라고 비웃는 거 마냥 지독하고 끈질기게. 처음엔 당황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카마사키상? 갑자기 뜬금없이...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니, 뜬금없는 거 아니야.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과연 언제부터 생각하고 있던 걸까. 전에 구미 젤리를 사달라고 가게에서 졸랐을 때?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장난을 쳤을 때?
"그런데 차마 너한테 말은 못하겠더라. 지난 시간 동안 고마웠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자기 할 말만 하고 홀연히 떠나서 사람 외롭게 만드는 재주는 정말 대단하다고 그 잘난 얼굴에 쏘아주고 싶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앙칼진 고양이마냥 천천히 뒤흔들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흔들리는 건 나 자신이었다. 자기를 등돌려 뚜벅뚜벅 걸어가는 뒷모습에 어떠한 말도 전할 수 없었다. 눈물도 흐르지 않은 걸 보니 그렇게 잡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을 넘어선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갔고 지금 나는 그때 나를 거절했던 사내와 마주하고 있다.
".. 졸업 축하드립니다. '그 일'이 벌써 작년이네요. 시간 빠르다, 그쵸?"
움찔. 분명 움찔 거렸다. 제가 '그 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함과 동시에 티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두 팔에 얹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았다. 올곧게 자신을 쳐다보던 눈동자가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한숨 한 번. 이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는 내가 안 밉냐? 그러게 너도 참 매정하다. 한 번쯤은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고 그 당시에 나를 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이다. 밉지 않을 수가 없다. 공고에서 잘생기기로 소문난 자신이었다. 눈앞의 사내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왔을 때 이 사람 미친 건가라는 생각부터 해왔던 저였는데 자기도 모를 사이에 카마사키 야스시라는 남자에게 침식되어갔다. 사소하게는 생각하는 것부터 심하게는 생활패턴까지 말이다. 그랬던 이유는 아마 제가 다른 사람에게 정을 준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 하지만 제가 정을 쏟아준 사람은 절 떠났다. 아직 마음에서는 줄 사랑이 많이 남았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다른 일에 몰두했다. 배구연습,취업준비 등등. 그래도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면 잠을 잤다. 꿈에서도 나는 그 인간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꼴사나웠다.
"매정한 건 카마사키상이죠. 어떻게 절 혼자 두고 그렇게 나갈 수 있습니까? 저 같았으면 근처 음식점에라도 가서 콜라 한 잔 쥐여주고 말했을 겁니다. 사람이 무드 없게.. 체육관에서 이별이 뭡니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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