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후타 (코가네가와 X 후타쿠치) 그림자

*R-17

*글쓴이 (@10mang04)

 

하루종일 비가 내린 탓인지 축축하게 가라앉은 공기와 더불어 뿌연 안개까지 시야를 가렸다. 세상이 흉흉할 뿐더러 요근래에 계속 이어지는 납치 사건 때문에 후배들 관리에 들어간 모니와의 밤 늦게는 되도록이면 돌아다니지 말고 이어폰도 빼고 다니라는 잔소리를 들은 체 만 체 하곤 소리를 더 키우면 귀에 무리가 간다는 경고문이 뜰 때까지 음량을 높이고 긴 다리로 중간중간에 있는 물 웅덩이를 피하며 골목길을 휘적거리는 소년의 이름은 '후타쿠치 켄지' 이다. 평소 음산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이면 진저리를 칠 고어 영화,잔인한 게임 그리고 소설까지 모두 마스터했다면 말 다 한 거 아닐까. 물론 본인도 직접 자기가 그런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지만 어디까지나 '상상' 그리고 '창작' 속의 내용이므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사박-."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골목길의 끝. 그러니까 거의 저의 집에 가까워 지고 있을 때 휴대폰을 꺼내고 음량키의 아랫부분을 꾸욱 누르며 귀에서 이어폰을 슥 빼는데 어디선가 나뭇잎을 살며시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같은 빌라에 사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무시하려 했지만 가로등의 빛에 비춰져 그림자를 만든 '자신의 뒤에 서있는 무언가'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걸음을 서둘러 할 수 밖에 없었다.

 

자박 자박. 한 발짝 씩 내디딜 때마다 뒤에 있는 무언가의 걸음은 저의 발걸음 속도에 맞춰졌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던가. 아 이거 큰일이구나, 생각하며 배구부에서 갈고 닦은 운동 실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손가락을 덜덜 떨어가며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에 들어와 신발을 어지럽게 벗으며 현관에서 코너를 돌면 바로 나오는 자신의 방 불을 키고 침대에 풀썩 주저앉았다. 내일 학교를 가야하는 몸이라서 어서 자야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론 잠도 오지 않을 거 같았지만 운동을 하고 온 몸이여서 눈꺼풀이 무거웠다. 갑자기 몰아치는 졸음에 불을 끄곤 서둘러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식이 저 편으로 날아가기 전에 한 가지만 떠올렸다. 그 '무언가'의 손에 들려 있었던건

 

'망치'였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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