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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17 [하이큐] 코가후타 그림자-1

*코가후타 (코가네가와X후타쿠치) 그림자-1

 

*R-16(17에서 16으로 수정되었습니다ㅠㅁㅠ!!)

 

*W.망(@10mang04)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왜, 있잖아. 2학년 A반 후타쿠치. 걔가 말이야..."

 

"어머 정말?"

 

 

 

씨발. 낮게 욕을 읊조리며 수군거리는 여학생들 틈을 지나간다. 새벽에 혹시 몰라 밤에 있었던 일을 아오네에게 보낸다는 게 그만 터치를 잘못해서 A반 단체 채팅방에 보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본인의 실수이니 타인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화를 돋우었다. 소문이 퍼지고 퍼지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단 말이지. 의자를 뒤로 밀어 자리에 앉은 후 눈을 감고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게 몇 분간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사르륵 흘러내린 앞머리 사이로 큰 덩치의 사내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괜찮나."

 

어깨를 툭툭치며 괜찮냐고 물어보는 낮고 둔탁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무엇보다 다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뒤를 이어오는 문장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꿀꺽 삼켰다. 불확실한 대답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들려주기 싫었다.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고개를 파묻고 있었을까, 잠시 뒤 빨리 자리에 앉으라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그렇게 나의 하루는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영원히 흐리지 않을 것처럼 흘러갔다.

 

***

 

 

방과 후 배구부 연습 부 연습시간에 잠깐 모니와를 불러 조용히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려고 했던 후타쿠치의 계획이 코가네가와 덕분에 완벽히 무너졌다. 진짜 이 자식은 눈치 좀 있어야 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식혀갔며 체육관에 있는 배구부원 모두에게 말을 했고 저의 마지막 말이 끝나고 입술을 다물자, 머리를 콩 때려오는 모니와였다.

 

"뭐어?!?!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아얏. 넌 아프다고 할 자격 없어,인마.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당부 했는데도 너는..! 말은 모나게 하지만 자신의 후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 안쓰럽고 분했는지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아이 참 그런걸로 울지 말아요 모니와상-. 울려고 하니까 주름 생기잖아-. 능글거리며 모니와를 달래 주는 후타쿠치의 말을 헛기침으로 끊는 카마사키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기, 그 사건 범인 말인데.. 한 번 표적으로 정한 사람은 계속 쫓아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더 조심하라고 아침 뉴스에 나온 걸 본 기억이 나서. 카마사키의 말이 끝나자 체육관은 찬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정적을 깬 건 매니저이고 동시에 동급생인 마이의 목소리였다. 그, 그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후타쿠치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어떨까요? 하나보단 둘이 더 상황에 대처하기도 좋고.. 당찼던 말의 시작과 대조되게 점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오, 괜찮네. 어때 후타쿠치? 하며 반응한 건 사사야였다. 딱히 상관없지만 저를 데려다준다고 가정했을 때 같이 온 사람은 어떻게 집에 간다는 거예요. 그 인간이 당신들한테 해코지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예?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아까부터 웬일인지 조용하던 코가네가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빽 지른다. 그 사건의 범인!! 표적으로 정해둔 사람 외에는 신경 쓴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것임다!!! 후타쿠치 선배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소리 지르는 코가네가와에 놀란 모니와가 쟤는 참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고 중얼거리자 그 소리를 들은 코가네가와가 흠칫한다. 죄송함다!!! 운동장 100바퀴 돌겠슴다!!!! 울상을 하곤 모니와에게 사죄(?)하는 코가네에 시끄러우니까 토스 연습이나 하라고 일러둔 후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서 다테 공 차기 주장을 사수하는 계획을 세우죠. 그게 뭐야, 유치하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낯간지러운 말들을 하는 저에게 카마사키 상이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몰아붙였으면 몰아붙였지, 절대 당하지는 않는 자신이다. 어라라 그러고 보니까 카마사키 상 취업은 잘 되어 가고 있는 겁니까? 공부는요? 이렇게 딴짓하실 시간 있으신 거냐고요, 대답 좀 해보시죠. 깐족거리는 저의 모습과 그런 자신에게 쏘아댈 준비를 하는 카마사키를 본 모니와가 말장난이 길게 이어질 거라고 직감하곤 아오네를 시켜 장난을 중단시킨다. 그리고 그런 배구부원들을 보며 매니저인 마이는 아까보다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며 안도감 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자 그럼 결정된 거죠? 체육관 창고에 있던 먼지 쌓인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는 이름들과 날짜를 손톱으로 툭툭 건드리며 한 손으론 보드마카의 뚜껑을 닫는다. 좋아 오늘은 나인가! 주먹을 불끈 지으며 일어나는 카마사키에 근육 선배랑 집에 가니까 그 인간은 안 따라오겠네요- 하며 괜히 빈정거려 본다. 너는 진짜 도와주겠다는 사람한테도 뭐라 그러냐!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을 익숙하다는 듯이 말리는 아오네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던 사쿠나미가 코가네가와를 문득 쳐다봤다. 코가네가와 군, 어디 아파? 식은땀이 가득하네. 가까이 다가와 열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쿠나미의 손을 탁 쳐내곤 아, 사쿠나미 군 미안해. 나 속이 좀.. 선배들 저 오늘 먼저 가겠습니다! 집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면서 순식간에 체육관을 빠져나간다. 뭐야 쟤 오늘 좀 이상하네 진짜 무슨 일 있나. 수군거리는 선배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쿠나미의 눈이 미세하게 빛난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네. 전부 내 덕분인 줄 알아라, 후타쿠치. 나 나가면 문고리까지 꼭 잠그고."

 

 

빌라 앞까지만 데려다줘도 괜찮다는 말을 무시한 채 현관까지 들어와 끝까지 저의 걱정을 해주는 카마사키 선배의 말에 괜스래 울컥해서 고맙다고 말 한 후 코를 훌쩍였다. 뭐야 후타쿠치 우는 거야-? 그럼 이번에는 내가 달래줘야 하는 건가-??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등을 떠밀며 얼른 나가라고 하는 저가 귀여웠는지 머리를 툭툭 쳐주며 그럼 간다. 내일 보자. 라고 하며 나가는 카마사키 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곤 도어록으로 잠가져 있는 문을 문고리까지 걸어서 완벽하게 잠갔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안심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

 

그렇게 다음 날, 또 다음 날. 이렇게 일주일을 반복하고 드디어 1학년의 차례가 찾아왔다. 일주일간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마이에게 물었지만 그러다 한 번에 훅 간다면서 억지로 제 옆에 사쿠나미를 붙여 놓은 마이를 향해 속으로 욕을 날렸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 완전 유치원생으로 아는구먼? 마이를 곱씹으며 자신의 옆에서 말없이 걷고 있는 사쿠나미를 힐끔 바라보았다. 저보다 체구도 신장도 작은 사쿠나미에게 지켜질(?) 거라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혹시 범인이 나오면 사쿠나미한테 도망가라고 한 다음에 혼자서 싸워야지 하며 쓸데없는 생각이 절정에 다를 때 저기, 후타쿠치 선배. 하고 자신을 불러오는 사쿠나미의 여린 미성에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왜 불러?"

 

"그게.. 있잖아요.." 머뭇거리는 사쿠나미의 잇새로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코가네가와 군이 이상한 거 같아요.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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