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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0 [ 하이큐 시라른 전력 ]

*하이큐 시라부 켄지로 오른쪽 전력

*주제: 질투

*고시키 츠토무 x 시라부 켄지로

*취향이 짙게 묻어날 수 있습니다...!  캐붕 주의해주세요! :)

*지각 너무 죄송합니다ㅠㅁㅠㅠ 전력에 참여하면 지각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투로 시작을 했다. 같이 부실로 향하는 도중에 시라부의 이름이 들리면 뒤를 돌아보는 정도였던 거 같다. 급한 일인가. 그래서 나랑 가는 걸 방해할 정도로 급하게 전해줘야 하는 일일까. 궁금하다. 알고 싶다, 저 사람들의 대화. 심기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멀찍이 떨어져 시라부의 조곤조곤 말하는 입을 쳐다보았다. 역시 못 기다리겠어.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시라부의 얼굴을 감상하던 고시키가 결심 한듯한 표정으로 시라부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 시라부가 몸을 저의 발이 머무른 곳으로 돌렸다.

 

미안, 많이 기다렸지. 어느새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고시키를 쳐다보며 손톱 뜯지 마. 한다.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하지 말라고 하면 제가 그만 둘 거 같아요? 능글거림을 듬뿍 담아 대답을 하곤 허리에 손을 슥 두르니 미친 새끼 라고 욕을 하며 손을 뿌리친다. 평소 같았으면 시라부 선배- 하며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녔을 고시키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자신의 손을 피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듯 식은 눈을 하곤 부실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도는 시라부의 등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별로야.라고 속으로 읊어주며.

 

 

시라른 전력 60분 고시시라

                   망(@10mang04)

 

 

악마의 씨가 자신의 몸에 흩뿌려진지 약 13일 정도 되었을 것이다. 작은 악마는 고시키의 가슴속. 아니 혈관이 뻗어있는 이곳저곳에서 피어올랐다. 과한 보호와 관심. 이제는 처음 보는 이들도 둘의 사이를 의심할 정도로 짙게 흘러나왔다. 남자 둘이 그렇고 그런 관계인 것이 죄인 것은 아니었지만 타인에게는 웬만하면 우리의 감정을 알려주지 말자고 연인 관계를 시작하며 당부한 시라부의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티가 나게 굴었다. 그리고 여느 드라마와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때는 점심시간. 날도 좋으니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서 점심을 먹자는 고시키의 말을 잊지 않고 옥상으로 올라가니 아니나 다를까. 뒤에 떠있는 해가 무심해질 정도로 자신을 발견하며 해맑게 웃고있는 고시키가 눈에 띄었다. 하여튼 저 녀석 어딜 가나 눈에 잘 보여서 좋다니까. 속으로 피식거리며 웃음을 날리곤 고시키가 미리 세팅해놓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선배, 선배. 오늘 날씨 너무 좋은 거 같아요. 하늘 좀 봐요!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래. 꼭 바다 한가운데 같아요."

 

옆에서 쫑알거리는 고시키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는 띠링 거리는 휴대폰에게 시선을 옮겼다. 평소에도 휴대폰을 내지 않는 저여서 익숙하게 문자메시지 함에 들어갔다. 아는 여자 후배에게 오늘 날씨가 좋다며 같이 데이트하자는 문자가 와있었다. 고시키와 연애를 하기 전, 꽤 당돌하게 저에게 대시를 하길래 번호를 던져주었던 당시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찬 모습에 눈에 띠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해주려는 찰나 고시키가 선배 뭐 해요? 하며 얼굴을 어깨 뒤로 슥 내밀었다.

 

그리곤 표정이 굳었다. 분명 메시지 내용을 본 것이겠지. 교실에 내려가 애인이 있어서 데이트는 무리겠다고 답장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나 그렇지만 고시키는 자기 앞에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걸 별로 반기지 않아서이다. 그래, 내가 고시키에게 해줄 수 있는 소소한 배려이다. 각설하고 그래서 굳이 변명 같은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휴대폰 화면을 껐다. 하지만 지금 시라부의 행동은 막 터지려던 고시키의 작은 악마의 나무를 간지럽히는 꼴이었고 결국 그 시발점은 고시키의 외침으로 시작되었다.

 

선배는 대체 왜...!!! 지르다가 쑥 먹혀 들어가는 목소리에 고개를 드니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있는 고시키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저랑 있는데 다른 여자애랑 노닥거리니까 좋아요? 저랑 있을 때는 웃는 입꼬리도 안 보여 주시더니 지금은 누구 보라는 듯이 웃고 계시네요. 다다다 내뱉는 말에 잠시 주춤한 시라부가 나지막하게 말을 하곤 벌떡 몸을 일으키며 옥상 문 손잡이를 잡는다.

"너도 요즘 나한테 너무 집착하는 거 같아. 그거 자제해."

그리고 문을 열고 계단으로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상황을 빨리 무마시키고 싶었던 나름대로의 행동이었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고시키 입장에서는 자그마한 폭탄과도 같았던 시라부의 돌발 행동은 더 화를 돋우었고 시라부가 문 저편으로 사라지고 마자 낮은 음성으로 욕을 내뱉었다. 씨발.. 괜히 옆에 있는 죄 없는 문을 발로 차보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던 푸른 하늘이 이젠 지금 제 꼬락서니를 비웃는 거 같아 기분이 더 나빠져 씩씩거리며 문을 쾅 닫고 나왔다. 주인 없어진 돗자리가 옥상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마구 뒹굴었다.

***

그런 껄끄러운 일이 일어난 후로부터 둘의 사이는 조금씩 멀어졌다. 물론 두 사람 전부 화해를 하기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과할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였고 무엇보다 둘 다 고집이 너무 셌다.  둘의 사이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텐도에게 이런 곳에서는 똥고집 안 부려도 된다고 조언을 받았지만 그럴수록 눈치를 보는 시라부와 고시키였고 죽어가는 건 가운데에 끼여서 커플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텐도였다.

 

시라부도 고시키의 바보 같지 않은. 자신을 밀어 붙이는 모습에 많이 놀란 모습을 보였다. 매번 장난 식으로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의 에이스는 자신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는 '평소의' 고시키와는 정반대로 정색을 하며 몰아붙이는 모습에 괜히 자기가 잘 못 했다는 생각이 드는 시라부였지만 자신은 결백했다. (그리고 고시키 앞에서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건 부끄러워서였다. 어릴 적부터 좋아하는 사람에게 감정 표현을 잘 하지 못 했다. 그래서 미안한 감정이 든다.) 확인만 하고 교실에 내려가 답장을 할 계획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이렇게 틀어질 줄을 누가 알았을까. 복잡해진 머리를 좌우로 대여섯 번 흔든 후 정신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고시키 역시 생각이 많아진 건 분명했다. 자신이 윽박질러서 일어난 일이고 한 번만 더 참았더라면 언성 높이지 않고 잘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입이 방정이었다, 입이. 괜히 성한 입을 툭툭 치고는 책상에 팔을 괴고 엎드렸다. 아 이제 어떻게 사과하지. 사실 고시키도 알고 있었다. 그 여자애는 저와 같은 1학년이고 의외로 노는 편인지 동급생들은 물론 복도를 지나가는 선배들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고는 했다.

 

물론 그 여자애가 시라부 선배에게 접근하는 이유도 알았다. 전에 슬쩍 엿들은 거지만 그 아이가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건 시라부 선배가 아닌 우시지마 선배였다. 알았지만, 아니 알았기에 더 심술궂게 굴었던 걸까. 눈치를 못 채는 시라부 선배가 미웠던 걸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자신이 알려주면 되는 거였다. 걔는 선배한테 관심 없으니까 나만 바라봐 달라고. 그렇게 진실을 토해냈으면 다 끝날 일을 실타래처럼 꼬이게 하고 있는 건 바로 저, 고시키 츠토무였다.

 

이대로는 자신이 버티기 힘들 거 같아 먼저 2학년 층을 방문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자신의 반과 연결된 계단으로 내려오는 시라부와 마주쳐버렸고 둘은 벙찐 표정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을 깬 건 시라부였다. 저기, 고시키. 날 서있지 않은 말투에 고시키는 검은 머리를 슥 들어 올려 시라부의 눈에 초점을 맞췄다. 혹시 오해할 까봐 말해주는데 나 진짜 걔랑 아무 사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 알겠지? 속사포로 말을 하는 시라부에 고시키는 한숨을 쉬곤 선배는 아직도 내가 그런 눈치 없는 애로 보여요? 하며 받아쳤다. 아 물론 눈치 없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고요. 저도 귀와 눈이 있어요. 그건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오히려 죄송한 건 저네요. 무례하게 소리 지르고 기분 나쁜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고시키 딴에는 정중하게 사과하는 모습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시라부가 당황한 표정으로 왜 고개를 숙이냐고 하며 계단을 빠르게 내려와 고개를 원래의 상태로 맞춰준다. 그럼 이제 나 용서해준 거예요? 삐죽거리며 시선을 피하는 고시키의 모습에  아주 살짝 미소 지으며 당연하지.라고 대답하곤 꼭 안아준다.

 

이렇게 고시키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악마의 싹은 뿌리 채도 모자라 주변에 있는 흙덩어리까지 송두리째 뽑혀갔다.

 

***

 

안녕, 내 이름은 텐도. 올해로 시라토리자와 3학년이지. 내가 요즘 신경 쓰이는 애가 있는데 걔가 다른 애랑 말만 하면 괜히 신경이 곤두서지고 그런다? 아 상대방 이름이 누구냐고? 우시지마 와카토시라는 애인데...

 

-fin.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ㅠㅁㅠ(야광봉흔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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