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10 ~ 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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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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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큐 다테공 전력 60분 주제 '흉터 /  상처 "
* W. 망(@10mang04)
*후타카마후타

 

그러니까 아마 작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중학교에서 올라와 아기 티를 벗어내지 못한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키가 훌쩍 자란 소년에게. 그렇지만 아직 마음은 여물지 않은 소년에게 상처를 준 것이 말이다.

"후타쿠치 나 너한테 이제 관심 없다."

당신이 아무렇지 않게 입에서 뱉어내는 문장 하나가 제 가슴을 도려내고 더 괴롭게 쑤셔댔다. 원래 넌 안될 거였어라고 비웃는 거 마냥 지독하고 끈질기게. 처음엔 당황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카마사키상? 갑자기 뜬금없이...

그러자 그가 말했다. "아니, 뜬금없는 거 아니야.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과연 언제부터 생각하고 있던 걸까. 전에 구미 젤리를 사달라고 가게에서 졸랐을 때? 하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장난을 쳤을 때?
"그런데 차마 너한테 말은 못하겠더라. 지난 시간 동안 고마웠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자기 할 말만 하고 홀연히 떠나서 사람 외롭게 만드는 재주는 정말 대단하다고 그 잘난 얼굴에 쏘아주고 싶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앙칼진 고양이마냥 천천히 뒤흔들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흔들리는 건 나 자신이었다. 자기를 등돌려 뚜벅뚜벅 걸어가는 뒷모습에 어떠한 말도 전할 수 없었다. 눈물도 흐르지 않은 걸 보니 그렇게 잡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정을 넘어선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갔고 지금 나는 그때 나를 거절했던 사내와 마주하고 있다.

".. 졸업 축하드립니다. '그 일'이 벌써 작년이네요. 시간 빠르다, 그쵸?"
움찔. 분명 움찔 거렸다. 제가 '그 일'이라는 단어를 언급함과 동시에 티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두 팔에 얹은 손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았다. 올곧게 자신을 쳐다보던 눈동자가 잠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곤 한숨 한 번. 이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는 내가 안 밉냐? 그러게 너도 참 매정하다. 한 번쯤은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도 있었고 그 당시에 나를 잡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이다. 밉지 않을 수가 없다. 공고에서 잘생기기로 소문난 자신이었다. 눈앞의 사내가 자신에게 고백을 해왔을 때 이 사람 미친 건가라는 생각부터 해왔던 저였는데 자기도 모를 사이에 카마사키 야스시라는 남자에게 침식되어갔다. 사소하게는 생각하는 것부터 심하게는 생활패턴까지 말이다. 그랬던 이유는 아마 제가 다른 사람에게 정을 준 적이 없어서인 것 같다. 하지만 제가 정을 쏟아준 사람은 절 떠났다. 아직 마음에서는 줄 사랑이 많이 남았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애써 무시하고 다른 일에 몰두했다. 배구연습,취업준비 등등. 그래도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으면 잠을 잤다. 꿈에서도 나는 그 인간을 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꼴사나웠다.

"매정한 건 카마사키상이죠. 어떻게 절 혼자 두고 그렇게 나갈 수 있습니까? 저 같았으면 근처 음식점에라도 가서 콜라 한 잔 쥐여주고 말했을 겁니다. 사람이 무드 없게.. 체육관에서 이별이 뭡니까 정말."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은 제가 먼저 사내의 곁을 지나갔다. 먼저 등을 보여줬다.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복수.. 비스름한 것에 성공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상처는 소독되었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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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모브 너 말이야. 아까부터 우유 냄새나는데 뭐야?"

 

어김없이 문을 활짝 연 영등등 사무소에서 레이겐의 낮은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사진 속에 있는 영을 제령 해달라는 상담을 받고 열심히 포토샵으로 지우고 있던 와중이었다. 거슬렸다면 처음부터 거슬렸겠지만 달큰한 우유향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모브가 온지 30분 후가 되는 지금이 되어서야 입을 열었다.

조용히 돈을 정리하던 모브가 고개를 들어 레이겐과 눈을 마주했다.

"아 이거 리츠가 사다 준 샴푸랑 바디워시 향이에요. 제가 우유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목욕용품 다 떨어진 다음 날에 우유 관련된 제품들을 사오더라구요."

리츠가 그걸 모를 리가 있냐.. 동생 생각에 기분이 좋은지 헤실 거리는 모브를 보며 속으로 모브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카게야마 리츠. 지금 제 앞에서 돈을 정리하는 '모브'라고 불리는 소년의 1살 어린 동생이다. 전부터 아니꼽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불쾌해서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모브와 같이 있으면 듣고 싶지 않아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했다. 아침에 함께 등교하며 나눈 얘기라던가 학교에서 리츠가 인기가 엄청 많다던가 하는 얘기들 말이다.

"다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포토샵에 심혈을 기울일 때쯤 의뢰를 끝낸 레이겐이 팔을 쭉 펴고 기지개를 켰다.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뭉친 어깨와 팔을 풀어주다 문득 시계를 본 레이겐이 오늘은 그만 집에 가자고 모브에게 말하며 의자를 밀어 넣었다. 자 이제 나가볼까~ 기분 좋은 울림을 들려주는 구두 소리를 내며 천장에서 맥없이 돌아가는 선풍기 2개의 스위치를 끄고 불도 전부 껐다.

".. 모브? 이만 가자니까?"

"..."

".... 모브?"

".. 예?"

"이만 가자고. 몇 번을 말해야 듣는 거냐, 너는."

 

..아 죄송해요.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레이겐이 다그치기 전까지 아무 미동도 없던 모브가 서서히 움직였다. 얘가 왜 이래. 더위 먹었나. 평소 자신의 말을 설렁설렁 넘긴 적이 없는 모브였기에 레이겐 자신이 모브를 약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아마 이때부터 였을 것이다. 

 

[모브레이] 후각(1)   망 (@10mang04) 

 

모브와 어색한(사실은 레이겐 혼자만 어색한) 일이 있던 후 두 사람이 만나게 된 날은 화창한 주말이었다. 전에 모브에게 자신이 자주 가는 햄버거집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던 것. 아무리 자신이 모브에게 너무한다고는 하지만 약속은 꼭 지킨다는 사명(?)을 가진 사내였기에 약속을 취소할 수는 없었을 터.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모브를 만날 준비를 하던 레이겐은 거울에서 빗질을 하다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쏟아질 것이라며 우산을 꼭 준비하라고 하였는데 비는커녕, 바람 한 점도 불지 않는 날씨에 레이겐은 혀를 쯧 찼다. 그럼 그렇지. 기상청은 믿을 수가 없어요, 믿을 수가~

철컥. 집 문이 닫히는 소리와 열쇠로 잠근 후 잘 잠겼는지 확인차 문을 몇 번 흔들이는 소리가 두어 번 난 후 계단을 내려오는 레이겐의 발소리가 약하게 들렸다. 그의 옷차림은 영등등 사무소에 근무할 때보다는 좀 편해 보였다. 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맨투맨과 검은색 운동복을 입곤 주머니에 넣은 열쇠를 짤랑거리며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모브 미리 와있었냐!"

문을 열자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브를 발견한 레이겐이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내가 많이 늦은 건 아니겠지?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의자를 끌곤 자리에 앉아 제 앞에 앉아 있는 소년의 태세를 살폈다. 다행히 저번처럼 쎄한 느낌은 없는 것 같아 긴장을 조금 놓곤 테이블 위에 손을 까딱거렸다. 모브, 나 기다릴 때 동안 먹고 싶은 건 정했어? 아.. 사실 못 골랐어요. 그냥 스승님 드시는 거 먹을게요. 그래, 그럼. 나 주문하고 온다?

 

웅얼거리며 알았다고 대답하는 모브를 보곤 주문하는 곳에 가서 햄버거 세트 2개를 주문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지만 조금 어색함이 맴도는 공기에 괜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요즘 모브에게 학교생활은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모브도 긴장을 했었는지 대화를 할 미끼를 던져주자 신이 난 듯 얘기를 했다. 요즘에는 육체개조부 선배들과 방과 후에 스쿼트를 하는데 힘들지만 갈 수록 숨이 벅차오르는 게 적게 느껴져서 나름 보람차다며 조막만 한 얼굴에 홍조를 띠며 말했다. 아 역시 중학생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모브가 저기, 스승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황급히 대답했다.

"..! 어? 왜??"

"아니 별건 아닌데요 스승님 혹ㅅ,"

지이이잉

모브가 쭈뼛거리며 말을 꺼내려 하자 햄버거 세트가 나왔다는 신호가 울렸다. 아 미안 모브. 뭐라고? 못 들었어. 진동을 뒤로 하곤 모브의 말을 들으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햄버거 세트를 가지고 오겠다고 말을 하곤 자리를 떠났다.

"그래서 모브. 아까 하려고 했던 말은 뭐야?"

햄버거를 가져와 테이블에서 먹은 지 5분 정도 지났을 때 아무리 해도 먼저 입을 열어줄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 모브가 답답해서 먼저 입을 연 레이겐이었다. 입에 있는 음식물을 목구멍으로 넘기곤 모브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렇네요.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지금 말하기 불편하다고 하는 아이에게 아무리 궁금하다고 다그치기는 어려운 법이다.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하고 햄버거를 마저 먹는 두 사람 뒤로 먹구름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 잘 먹었다! 너도 잘 먹었냐, 모브?"

"네, 스승님.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뭐 이런 걸로 고마워 해. 멋쩍은 듯 노란빛이 도는 뒷머리를 매만지는 손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엑 이게 뭐람.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집에 나오기 전에 보았던 일기예보가 머릿속을 팟 지나갔다. 비..!

"모브 너 혹시 우산 있냐?"

"에? 우산이요? 없을 텐데.."

아 어떡하지. 입술을 잘근거리는 레이겐을 빤히 쳐다보던 모브가 말했다.

".. 그럼 저희 집 가실래요? 여기에서 제일 가깝고.. 부모님 때문에 걱정 되시는 거면 안 그러셔도 괜찮아요. 부모님 잠깐 어디 나가셔서.."

솔직히 아니라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가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너무 높아져서 미안하지만 실례 좀 지겠다고 말을 한 후 모브를 따라 집으로 갔다. 점점 굵어져가는 빗줄기에 인상을 찌푸리곤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을 할 때쯤 모브의 걸음이 멈추고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이 들렸다. 미안하다 모브!라고 말해주곤 집으로 발을 디뎠고 이어 모브가 들어온 후 문이 닫혔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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