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토 전력 60분

 

*주제: 크로스오버

 

*'나루토'의 사이가 '하이큐' 세계에 간다면?!

 

 

눈을 뜨니 생소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처음 보는 만두가게와 저의 마을에 있는 병원만큼이나 큰 건물들. 보통 사람은 여기가 어디지-?! 하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겠지만 본래가 행동 실천이 빠른 타입이라 꿈이라고 단정을 짓고 바닥에 누워있는 몸을 벌떡 일으켜 흙이 묻은 옷을 툭툭 털고는 눈에 보이는 건물 아무 곳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가게에 들어가자 머리띠 같은 걸로 노란 머리를 올리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저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저기,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카운터에 앉아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재떨이 통에 톡톡 털며 뭔 미친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에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한 번 휘곤 대답을 재촉했다. 여기가 어디고 몇 연도이냐니까요? 남자는 얼굴을 구기며 대답했다. 여긴 일본이라는 나라에 있는 미야기 현. 네가 서있는 이곳은 미야기 현의 작은 만두가게. 그리고 지금은 2012년이다.

 

나루토 전력 60분 주제: 크로스오버

['나루토'의 사이가 '하이큐' 세계관에 들어간다면?!]

          W. 망(@10mang04)

 

 

말은 일본어를 하면서 왜 그런 걸 묻고 난리람. 어이없는 표정으론 자신은 일을 하러 간다며 페브리즈를 자신에 옷에 뿌리며 피어싱을 뺀다. 어디 가시는데요? 저랑 같이 가주시면 안 돼요? 저 닌자라서 나무도 뛰어넘을 수 있는데. 이마에 묶은 서클럿을 들썩이며 말을 하는 사이의 모습에 아까보다 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하는 남자이다. 그런 남자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계속 자기 할 말만 한다. 아 계속 신세 질 거 같은데 저희 통성명이라도 하죠?  전 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왠지 그의 페이스에 말려 버린듯한 기분을 받아 눈썹이 삐뚤어진 노란 머리 남자가 대답한다. 나는 우카이 케이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학교를 가야 하는 바쁜 몸이거든? 따라올 거면 빨리 따라와. 어느새 단정한 모습을 한 우카이라는 남자는 가게 문 닫을 거니까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며 소리쳤다. 어찌할 도리가 없기에 그저 남자의 목소리를 따라 문 밖으로 나왔다.

 

 

타박타박, 몇 발자국 걸었을까. '우카이 케이신'이라는 남자가 궁금해져 필터링하지 않은 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것저것 물었다. 나이 좀 있어 보이시는데 결혼은 하셨나요? 직업은요? 학교에 가는 이유는 뭔데요? 조잘조잘 거리며 끊임없이 들이닥치는 질문에 시끄럽다고 두 귀를 큰 손으로 막은 다음 어린애처럼 아아아아- 거리며 걷다 뒤를 돌아본다. 결혼은 아직이고 직업은 아까 네가 있었던 만두가게 영업하는 겸에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학교 배구부의 코치를 하고 있어. 그래서 학교에 가는 거고. 궁금증은 다 풀렸어, 닌자씨? 생긴 것처럼 능글거리는 말투에 그런 말하지 마세요 우카이 상. 아저씨 같으니까.라며 받아쳐주었다. 어이 너 아까부터 자꾸 나한테 아저씨 아저씨 하는데 나 아저씨 아니거든 내 나이가 지금, 다급하게 해명을 하는 우카이의 말을 끊고는 아까 결혼 얘기 나오니까 흠칫하더구만- 아닌 척 말아주시죠 아 저 씨. 하며 생긋 웃어주었다. 본인도 어이가 없었는지 하! 거리며 화제를 돌린다.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오게 된 건데? 이름도 아니까, 기억 상실증이나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헉 혹시 단기 기억 상실증인가? 아무튼, 너 옷은 왜 그러냐? 배 좀 가리고 다녀라. 네가 있는 곳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만 여기서 그러고 다니면 이상한 눈초리 받아요 이 녀석아. 하며 머리를 꽁 쥐어박는 남자를 째릿 째려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너 몇 살이야?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하는데 그러는 너도 젊어 보이지는... 젊어 보이는구나. 흠흠 이건 기각하겠어. 자 빨리 대답해 봐라 닌자 소년! 하하하! 뭐가 좋은 것일까. 아이마냥 깔깔대며 좋아하는 남자를 식은 눈으로 쳐다보곤 아까 우카이라는 남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생각하며 노트를 꺼내 메모했다. 앞으로는, 상대방의 입장도 생각해보고 말을 뱉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어? 뭐라고? 아니, 당신한테 한 말이 아닙니다. 단호하게 말하며 아까 물었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제가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 건지 알았으면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있겠습니까? 모르니까 당신 따라다니는 거잖아요. 그리고 기억 상실증은 아닌 거 같네요. '그쪽' 세상에 있었던 일들이 다 생각나거든요. 옷은 묻지 말아 주실래요, 제 패션입니다만. 막힘없이 대답을 하며 학교로 향하고 있었을 때 푸흡, 하고 웃으려고 하는 우카이의 정강이를 퍽 걷어차며 말을 계속했다. 제 나이요? 여기 나이로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사는 곳에서는 17살입니다. 풋풋하죠? 알고 있습니다. 아프기도 아픈 것이었지만 뻔뻔함이 너무 웃겼기에 헛웃음만 한다. 얘 안 되겠네. 중얼거리는 우카이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곰곰이 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사쿠라와 나루토 그리고 야마토 선생님과 임무를 나갔을 거다, 아마. 그러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응을 못 하고 나무에서 뚝 떨어져서.. 여기에 온 건가? 그런 건가? 심각한 얼굴을 하며 끊임없이 독백을 하는 저의 등을 팍 때리며 닌자 소년 다 왔으니까 정신 차려! 하는 우카이. 아까 정강이 걷어찬 거 복수라도 하시는 겁니까? 속 좁으시네요. 눈썹을 찡그리며 체육관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어어-? 우카이 코치님-..! 이 아니라 어라 누구세요?! 작은 키에 주황색 머리를 한 소년이 제일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고 안경을 쓰고 키가 큰 노란 머리 소년, 주근깨가 있는 연 청록색 머리를 한 소년과 마지막으로 더러운 인상으로 자신을 잡아먹을 기세로 쏘아보는 남색 머리 소년이 보였다. 여어- 연습 열심히 하고 있었어-? 쾌활하게 웃으며 체육관으로 들어오는 태평해 보이는 남자에 어서 저분들에게 저를 소개해 주셔야 하는 거 아녜요? 하며 툭 쏘아붙인다. 하여튼 말 좀 예쁘게 하라니까! 흠흠, 알겠다! 너희에게 이 아이를 소개해 주지!

 

 

"에에-?! 다른 세계에서 왔다구요?! 우와 신기해! 그런 거 책 안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시끄러워, 멍청아. "

그러니까 저렇게 신나서 말을 하는 애 이름이 히나타 쇼요. 거기에 태클 거는 애 이름이 카게야마 토비오. 관심 없다는 듯이 서있는 게 츠키시마 케이. 그리고 츠키시마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애가 야마구치 타다시? 좋았어, 다 외웠다. 마음속으로 스캔을 하곤 얼굴 표정을 바꾸고 나서 반가워요. 저는 사이라고 합니다. 며칠 아니 몇 시간 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그 시간 동안 잘 부탁드릴게요. 싱긋 웃었다. 그렇게 막 자기소개가 끝나고 적응이 되었다-, 싶을 때 2학년과 3학년이 체육관을 들어왔다. 아 아까 했던 거 다시 또 해야 하는 건가. 시카마루가 맨날 귀찮다고 하는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

 

 

"오오오! 류! 그러면 이 애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말인가!? 신기하군!"

 

"역시 노야상은 똑똑해!!"

 

재차 소개를 한 후 우카이를 바라보며 이제 남은 사람은 없는 거죠? 힘드네요, 이렇게 소개하는 것도. 하는 저이다. 하하하 그런가? 그래도 다행이야. 오늘 매니저들이 할 일이 있다고 먼저 갔거든. 여기 참 사람 많네요.. 남사스럽게 감탄을 하는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한 남학생이 있었다. 뭐지 하면서 고개를 슥 돌리니 아까부터 뚫어지게 쳐다보던 남학생의 숨결이 바로 코앞에서 느껴졌다. 저기,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없나? 목소리가 익숙한데? 나를 쳐다보며 내뱉는 말에 흠칫. 하지만 곧 에이- 다이치 그게 무슨 소리야- 얘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잖아-! 하며 회색 머리 남자, 그러니까 스가와라 코우시였나. 아무튼 다이치라는 사람의 옷을 주욱 잡아서 사이를 넓혀 주었다.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자 아니라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그런데 너 등에 매고 있는 붓은 뭐야? 너 그림 그릴 수 있어? 아 이거요? 하면서 무심하게 붓을 들고 먹을 꺼낸다. 예전부터 그려왔어요, 그림은. 제가 신기한 거 보여드릴까요? 하곤 그림을 슥슥 그리고 초수위화!를 외친다. 우와-.. 배구부원들이 감탄을 하고 까마귀들이 체육관을 빙빙 돎과 동시에 저의 몸이 붕 떴다. 어라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당황하기는 같이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저마다의 말투로 잘 가라고 전한다. 저도 정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 사람들은 뭔가, 좀 달랐기에 건강하고 전국 시합에 꼭 나가라는 말을 해주고 사라졌다.

 

 

***

 

(사이시점)

 

코를 찌르는 약물의 냄새가 났다. 아 역시 꿈이었겠지, 하며 다친 상처 부위를 움직여 저림을 느꼈다. 아픈 게 느껴지니 확실히 현실이군.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을까. 사이 너 돌아왔냐니깐! 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잠깐, 그전에 돌아온 거냐고? 당황하며 자기가 어디 다녀왔냐고 물어보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하는 나루토. 에에? 사이 너 큰 충격으로 머리에 이상 생긴 건 아니냐니깐. 너 찾으려고 우리 7반이 나뭇잎 마을을 찾았는지 알아? 사쿠라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사라져있어서 놀랐다고! 멍해지는 정신에 그럴 리가 없는데 하며 노트를 꺼냈다. 그게 실제였다면 분명 수첩에 무언가 적혀 있어야 했다. 수첩을 열어보니 우카이라는 남자와 걸어가며 적은 문구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럼 그렇지. 속으로 조소를 띄곤 나루토 군, 나루토 군이야말로 정신을 어디다가 놓고 다니는 거예요- 정신 좀 차리세요-! 하며 태클을 걸자 수첩 사이로 종이 쪼가리가 떨어졌다. 뭐?! 너 지금 말 다 했냐니깐!! 제 말의 어딘가가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으르렁거리는 나루토를 뒤늦게 달려온 야마토 선생님과 사쿠라가 팔을 턱 잡았다. 나루토, 너 지금 환자한테 뭐 하는 거야? 사이군, 미안해 더 쉬어-. 병실 문을 닫고 나가는 사쿠라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떨어진 쪽지를 보곤 실소한다.

 

'나 아저씨 아니야. 26살이다.'

 

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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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메모가 없어진 사이군은 나뭇잎 마을 대표 눈새캐가 되어버리는데...(((아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각 너무 죄송합니다..(주먹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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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 전력 60분 [CLOSER]  (0) 2016.01.16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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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 (프리) [모모타로 X 소스케]

 

* 학생 x 과외 선생님 AU

 

*모맘님 리퀘스트~~~

 

*W.망(@10mang04)

 

 

 

살이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여름 햇살이 책상 위에 엎드린 주황 머리 남학생의 얼굴을 비춘다. 아 괜히 창가에 앉았다. 수업시간이어서 말을 밖으로 뱉을 수도 없고 속으로 덥다 더워하며 교복 단추를 조금 풀러 펄럭인다. 이놈의 학교는 에어컨을 트는 걸까. 도무지 시원해지지 않는 교실의 텁텁하고 느슨한 공기에 셔츠를 펄럭거리며 고개를 들곤 친구들의 표정을 살펴보았지만 누구 하나 불편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돌아오는 건 담당 선생님의 잔소리뿐이었다. 미코시바 군, 수업에 집중 좀 하죠? 지금 몇 번째인 줄 알고 있는 겁니까? 아, 망했다. 이 선생 깐깐하기로 소문났는데. 대충 웃어넘기며 앞으론 집중할게요- 아양떨어본다. 흠흠 헛기침하며 수업을 계속 이어가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다보는 나무에 붙은 매미는 유독 더 세차게 울음소리를 낸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감사합니다-!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에 울러 퍼짐과 동시에 우르르 반을 나가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평소 같았다면 그 아이들 틈에 섞여 야 피씨방 갈래? 콜! 을 외치고 있었을 모모였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저가 더웠던 탓일까. 추욱 처진 몸을 이끌고 뒷문으로 유령처럼 스르륵 나가자 모모의 일행들이 야 너 왜 그러냐 어디 아파? 소리친다. 오늘은 몸 상태가 별로네, 나 먼저 간다. 오늘은 너네들끼리 놀아. 하곤 일행들을 등지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쟤 오늘 좀 이상하네, 왜 저러지. 집에 여자친구라도 숨겨놨나. 킬킬대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점점 환영으로 변할 때 휴대폰 화면이 파란색으로 빛났다.

 

 

누구지. 웅얼거리며 잠금을 풀자 나오는 엄마의 메시지.

엄마

아들, 오늘 과외 선생님 처음 오시는 날이니까 집 잘 정리하고~ 저녁에 보자, 사랑해~

 

아 맙소사. 짧은 탄식을 입 밖으로 내놓는 저이다. 어쩐지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라니. 이러려고 별로였냐고. 죄 없는 땅을 발로 쾅쾅 차내며 심술궂게 집으로 향한다. 아 오늘은 진짜 공부하기 싫은데. 시계를 보니 엄마가 선생님이 오신다고 한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있었다. 잠깐 슈퍼 가서 가리가리군 사야겠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모모타로는 아까보단 가벼워진 발걸음을 슈퍼 쪽으로 돌린다.

 

 

으아아아 시원해. 저절로 나오는 탄성과 입안에 차갑게 밀려 들어오는 딱딱하고 시원한 것을 느끼며 집으로 향한다. 맨날 아이스크림만 먹고 싶다-. 두 세입쯤 남아 가니 정겨운 대문이 저를 반긴다.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열쇠로 집 문을 낑낑거리며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밖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뜨끈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밖은 바람이라도 불어서 그나마 나은데 집은 꽉 막혀있는 공간이므로 더운 공기가 가득 차서 그럴 것이라고 합리화를 한 후 어느새 다 먹어버린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 대신 느껴지는 나무 맛에 입에 물고 있던 아이스크림 막대를 바로 앞에 보이는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선풍기를 찾으려고 집 안을 휘적거릴 때 딩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올 사람 없는데. 현관으로 토도도 달려 나가서 문을 열려고 할 때 생각난 그 이름. '과외 선생님' 짧은 순간에 휴대폰을 확인하며 시간을 봤지만 선생님이 오기 30분 전이었다. 그래도 우선 더운 날씨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중요했기에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빼꼼 연 문 사이로 호기심 가득한 두 눈동자가 문 앞에 선 남자를 반겼다. 혹시 네가 미코시바 군이니? 듣기 좋은 목소리에 흠칫 놀라며 네 맞는데요 누구시냐니까요. 하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오늘부터 미코시바 모모타로 군을 담당한 과외 교사 소스케라고 하는데?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더니. 막 집으로 돌아오고 청소도 하나도 안 되어있는 상태에서 손님을 맞이해버렸다. 그렇다고 이렇게 더운 날씨에 상대방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격.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들어오시라고 말한 후 잠깐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오늘 아침에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청소가 하고 싶더니. 이 일을 대비해서 그런 건가 보다.

 

 

 

서둘러 거실을 정리하고 방에 있는 소스케라는 사람을 불렀다. 저기 정리 다 됐어요. 이제 나오셔도 돼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는 남자의 모습에 자신의 가슴이 쾅 하고 저 끝으로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뭐야 왜 이러지? 독백으로 당황할 시간도 없이 저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에 거실로 달려갔다.

 

 

"정식으로 인사도 못 했네. 만나서 반가워. 오늘부터 너랑 같이 수업할 야마자키 소스케라고 해. 그냥 편한 대로 야마자키 선생님이라고 불러줘."

 

뭐 해, 나만 소개하는 거야? 그의 좋은 미성에 정신이 반쯤 빨려 나갔다가 눈 앞에서 손을 휘휘 젓는 행동 때문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답을 했다. 뭐지 오늘 진짜. 더위라도 먹었나.

 

 

"안녕하세요 야마자키 선생님, 어.. 음 제가 공부를 썩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속을 많이 썩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예쁘게 봐주세요."

 

오냐, 잘 부탁한다. 애교를 부리며 말을 마치는 내 머리를 투박한 손으로 헝클어뜨리며 말한다. 와 씨 또 심장이 가라앉았다가 붕 떴어. 사실 이런 기분이 처음은 아니다. 몇 년 전에 중학생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에게 이런 감정을 느꼈었다. 그 아이가 짧은 단발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 내 심장은 방망이로 때리듯이 쿵쾅거렸고 체리빛이 도는 입술로 나에게 말을 걸어줄 때면 숨이 멎을 거 같았고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다. 물론 지금 그 아이의 행방을 지금은 모르지만 아마 내 첫사랑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 짧은 시간에 시끄럽게 머릿속에서 혼자 떠들었을까. 첫날이니까 가볍게 인사만 하고 간다는 저 앞에 서있는 잘생긴 남자의 옷깃을 주욱 잡아당기며 번, 번호 좀 주세요. 했다.

***

 

지금 시간은 오후 11시 34분. 평소라면 꿈나라에 가서 정신을 못 차릴 시간이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낮에 봤던 소스케라는 남자가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숨겨진 성 정체성을 찾은 기분이다. 살다 살다 남자에게 가슴이 떨리다니.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매일 안고 자는 키티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결심했어. 꼭 고백할 거다!

 

 

***

 

여느 때와 같이 하교를 알리는 종 소리가 학교에 울려 퍼지고 아이들의 인사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을 처음 만난 한 여름보다는 많이 선선해진 9월 중순이다. 시간이 이렇게나 흐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좋아한다의 '좋'자도 꺼내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하면 어쩌지, 거절하고 나서는 어쩌지. 나를 불편해하면? 난 아직 마음도 못 접었을 텐데? 안 좋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내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바로 그때, 휴대폰 화면에 전화가 오고 있다는 표시가 떴다. 잠금 해제를 하고 발신자를 확인했더니 이런, 저가 짝사랑하던 그 선생님이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 전화를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두근거리고 설렐 줄이야 알았을까. 목을 흠흠 거리며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모모 맞지? 오늘 수업은 카페에서 하자. 어머니께도 말씀드려 놨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 1시간 후에 A 카페 앞으로 나와. 기다릴게."

 

저기,라고 반박할 틈도 주지 않고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린다. 칫 너무해 사람 말을 어떻게 하나도 안 듣냐? 전화해준 건 기쁘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두 볼이 뾰루퉁해졌다. 그래도 마지막 말 좋았으니까 용서.. 해줄까?

 

 

"소스케 쌤-."

 

저 멀리서 보이는 소스케의 실루엣에 모모는 주저 없이 다다다 달려가 소스케의 몸에 아기 코알라처럼 매달렸다. 모모 뭐 하는 거야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하지만 저의 안중에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고백을 한다면 다시는 이렇게 달달한 스킨십 같은 거 못하겠지.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괜히 복잡해진 마음을 선생님의 옷자락에 얼굴을 비비적 거리는 걸로 잠재운 채 일부러 해맑게 웃어보았다. 우리 오늘 뭐 먹어요, 쌤?

 

 

****

에?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너 좋아한다고, 내가 너를.

우와 이게 뭐람. 하느님 제가 그동안 착하게 살았던 걸까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 말도 없는 제 반응이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줄 알았는지 아니 싫으면 내 마음 안 받아줘도 돼. 난 괜찮으니까, 부담 가지지 마. 그냥 내 혼잣말이니까.. 하면서 허둥댄다. 뭐야 난 지금 너무 행복한데. 슬쩍 귀를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불에 덴 것처럼 발개져있었다. 오늘은 불이 목 언저리까지 번졌나 보다. 그런 선생님을 보고 푸흐-. 웃으며 얼굴을 제 손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지금 이게 뭐하는..!"

 

"선생님. 전 아직 선생님 마음 안 받아 준다고 말 한 적 없거든요? 김칫국 마시지 말아주실래요? 저도 선생님 처음 본 순간부터 반했다고요! 아 이건 말할 필요 없나. 어쨌든 나도 선생님 좋으니까, 울 것 같은 얼굴로 괜찮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러곤 입술에 뽀뽀를 했다. 사람이 없는 카페여서 다행이었다. 사람이 많았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음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건가요-?? 이야 학생과 선생의 사랑이라니. 저희 사이에는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도 없나 봐요? 깝죽거리는 모모의 등을 한 대 퍽 때리는 소스케. 부끄러우니까 그만 하랬지! 그런 소스케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것일지 자꾸 딴소리만 짓거리는 저이다.

 

 

그럼 앞으로도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선 생 님. 얼굴을 가까이 대고 눈을 마주치며 웃자 ..나도 하며 자신보다 더 밝게 웃어주는 선생님의 빛나는 외모에 새삼스레 감탄을 하며 팔짱을 꼈다. 자 그럼 이제 저희 집에 가볼까요?  에? 너희 집은 왜. 하늘 어두워지려고 하잖아요- 데려다주세요, 네? 네?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만 더 떨어져서 걸어.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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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가후타 (코가네가와X후타쿠치) 그림자-1

 

*R-16(17에서 16으로 수정되었습니다ㅠㅁㅠ!!)

 

*W.망(@10mang04)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왜, 있잖아. 2학년 A반 후타쿠치. 걔가 말이야..."

 

"어머 정말?"

 

 

 

씨발. 낮게 욕을 읊조리며 수군거리는 여학생들 틈을 지나간다. 새벽에 혹시 몰라 밤에 있었던 일을 아오네에게 보낸다는 게 그만 터치를 잘못해서 A반 단체 채팅방에 보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본인의 실수이니 타인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화를 돋우었다. 소문이 퍼지고 퍼지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싫단 말이지. 의자를 뒤로 밀어 자리에 앉은 후 눈을 감고 책상에 머리를 기댔다. 그렇게 몇 분간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사르륵 흘러내린 앞머리 사이로 큰 덩치의 사내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괜찮나."

 

어깨를 툭툭치며 괜찮냐고 물어보는 낮고 둔탁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무엇보다 다치지 않았으니까. 아마도. 뒤를 이어오는 문장은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꿀꺽 삼켰다. 불확실한 대답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들려주기 싫었다. 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고개를 파묻고 있었을까, 잠시 뒤 빨리 자리에 앉으라는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그렇게 나의 하루는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영원히 흐리지 않을 것처럼 흘러갔다.

 

***

 

 

방과 후 배구부 연습 부 연습시간에 잠깐 모니와를 불러 조용히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려고 했던 후타쿠치의 계획이 코가네가와 덕분에 완벽히 무너졌다. 진짜 이 자식은 눈치 좀 있어야 해. 부글부글 끓는 속을 식혀갔며 체육관에 있는 배구부원 모두에게 말을 했고 저의 마지막 말이 끝나고 입술을 다물자, 머리를 콩 때려오는 모니와였다.

 

"뭐어?!?!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아얏. 넌 아프다고 할 자격 없어,인마.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당부 했는데도 너는..! 말은 모나게 하지만 자신의 후배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것이 안쓰럽고 분했는지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아이 참 그런걸로 울지 말아요 모니와상-. 울려고 하니까 주름 생기잖아-. 능글거리며 모니와를 달래 주는 후타쿠치의 말을 헛기침으로 끊는 카마사키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기, 그 사건 범인 말인데.. 한 번 표적으로 정한 사람은 계속 쫓아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더 조심하라고 아침 뉴스에 나온 걸 본 기억이 나서. 카마사키의 말이 끝나자 체육관은 찬 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정적을 깬 건 매니저이고 동시에 동급생인 마이의 목소리였다. 그, 그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후타쿠치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어떨까요? 하나보단 둘이 더 상황에 대처하기도 좋고.. 당찼던 말의 시작과 대조되게 점점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오, 괜찮네. 어때 후타쿠치? 하며 반응한 건 사사야였다. 딱히 상관없지만 저를 데려다준다고 가정했을 때 같이 온 사람은 어떻게 집에 간다는 거예요. 그 인간이 당신들한테 해코지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예? 입을 삐죽거리며 말하자 아까부터 웬일인지 조용하던 코가네가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빽 지른다. 그 사건의 범인!! 표적으로 정해둔 사람 외에는 신경 쓴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괜찮을 것임다!!! 후타쿠치 선배가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소리 지르는 코가네가와에 놀란 모니와가 쟤는 참 몇 번을 봐도 적응이 안 된다고 중얼거리자 그 소리를 들은 코가네가와가 흠칫한다. 죄송함다!!! 운동장 100바퀴 돌겠슴다!!!! 울상을 하곤 모니와에게 사죄(?)하는 코가네에 시끄러우니까 토스 연습이나 하라고 일러둔 후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서 다테 공 차기 주장을 사수하는 계획을 세우죠. 그게 뭐야, 유치하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낯간지러운 말들을 하는 저에게 카마사키 상이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몰아붙였으면 몰아붙였지, 절대 당하지는 않는 자신이다. 어라라 그러고 보니까 카마사키 상 취업은 잘 되어 가고 있는 겁니까? 공부는요? 이렇게 딴짓하실 시간 있으신 거냐고요, 대답 좀 해보시죠. 깐족거리는 저의 모습과 그런 자신에게 쏘아댈 준비를 하는 카마사키를 본 모니와가 말장난이 길게 이어질 거라고 직감하곤 아오네를 시켜 장난을 중단시킨다. 그리고 그런 배구부원들을 보며 매니저인 마이는 아까보다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고 생각하며 안도감 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자 그럼 결정된 거죠? 체육관 창고에 있던 먼지 쌓인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는 이름들과 날짜를 손톱으로 툭툭 건드리며 한 손으론 보드마카의 뚜껑을 닫는다. 좋아 오늘은 나인가! 주먹을 불끈 지으며 일어나는 카마사키에 근육 선배랑 집에 가니까 그 인간은 안 따라오겠네요- 하며 괜히 빈정거려 본다. 너는 진짜 도와주겠다는 사람한테도 뭐라 그러냐!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을 익숙하다는 듯이 말리는 아오네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던 사쿠나미가 코가네가와를 문득 쳐다봤다. 코가네가와 군, 어디 아파? 식은땀이 가득하네. 가까이 다가와 열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쿠나미의 손을 탁 쳐내곤 아, 사쿠나미 군 미안해. 나 속이 좀.. 선배들 저 오늘 먼저 가겠습니다! 집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면서 순식간에 체육관을 빠져나간다. 뭐야 쟤 오늘 좀 이상하네 진짜 무슨 일 있나. 수군거리는 선배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쿠나미의 눈이 미세하게 빛난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네. 전부 내 덕분인 줄 알아라, 후타쿠치. 나 나가면 문고리까지 꼭 잠그고."

 

 

빌라 앞까지만 데려다줘도 괜찮다는 말을 무시한 채 현관까지 들어와 끝까지 저의 걱정을 해주는 카마사키 선배의 말에 괜스래 울컥해서 고맙다고 말 한 후 코를 훌쩍였다. 뭐야 후타쿠치 우는 거야-? 그럼 이번에는 내가 달래줘야 하는 건가-??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등을 떠밀며 얼른 나가라고 하는 저가 귀여웠는지 머리를 툭툭 쳐주며 그럼 간다. 내일 보자. 라고 하며 나가는 카마사키 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곤 도어록으로 잠가져 있는 문을 문고리까지 걸어서 완벽하게 잠갔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안심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어.

 

 

 

****

 

그렇게 다음 날, 또 다음 날. 이렇게 일주일을 반복하고 드디어 1학년의 차례가 찾아왔다. 일주일간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냐고 마이에게 물었지만 그러다 한 번에 훅 간다면서 억지로 제 옆에 사쿠나미를 붙여 놓은 마이를 향해 속으로 욕을 날렸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제 완전 유치원생으로 아는구먼? 마이를 곱씹으며 자신의 옆에서 말없이 걷고 있는 사쿠나미를 힐끔 바라보았다. 저보다 체구도 신장도 작은 사쿠나미에게 지켜질(?) 거라는 상상을 하니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았다. 혹시 범인이 나오면 사쿠나미한테 도망가라고 한 다음에 혼자서 싸워야지 하며 쓸데없는 생각이 절정에 다를 때 저기, 후타쿠치 선배. 하고 자신을 불러오는 사쿠나미의 여린 미성에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왜 불러?"

 

"그게.. 있잖아요.." 머뭇거리는 사쿠나미의 잇새로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코가네가와 군이 이상한 거 같아요.

Posted by マ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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